당나라 때 유명한 시인 백거이(백낙천)는 양귀비와 당현종의 비극적이지만 뜨거운 사랑이야기를 ‘장한가(長恨歌)’에서 이렇게 노래하였다.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길 원하고 (在天願作比翼鳥)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길 원하였네 (在地願爲連理枝)
57세의 현종과 22세의 양귀비가 깊은 밤에 나누는 사랑의 밀어가 이보다 더 절절할 수가 있겠는가. 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못하면 날지 못한다는 신화 속의 새(비익조)와 완전히 한 몸이 되어버린 연리지의 비유는 한 쌍 또는 둘이 하나가 되고자 하는 염원, 그 사랑의 속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두 그루가 가까이 있으면 한 그루는 도태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하나로 붙어서 공생한다는 것도 그렇고, 잘라보면 나이테가 두 개로 나란히 있듯이 각각 가지고 있던 본래의 속성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또한 그렇다. 함께 더불어 살면서도 자기를 잃지 않는 새로운 생명체로 존재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던가.
양귀비가 죽고 50여 년 후에, 백거이는 이 대서사시를 지어 그들의 비극적 사랑을 다시 살려놓았다. 한 때는 며느리였던 양귀비를 후궁으로 받아들인 현종은 그녀로 인해 자신과 나라가 파탄에 이르게 되었어도 뜨거운 사랑은 계속되었다. 이를 견디다 못한 안록산이 반란을 일으키고 어쩔 수 없이 양귀비를 죽여야 할 때, 양귀비가 목을 맬 비단천을 자신의 손으로 내어주었지만 연리지처럼 되고자 하는 소원은 버리지 않은 것이다. 그 길고 긴 한(長恨)을 시인 백거이는 풀어주려 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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