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西山大師 詩碑에서 ◎
-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瞬間)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空氣)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追憶)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香氣)로운 꽃 피우면
천국(天國)이 따로 없네,
극락(極樂)이 따로 없다네.
생(生)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自體)가 본래 실체(實體)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千)가지 계획(計劃)과 만(萬)가지 생각(生覺)이
불타는 화로(火爐)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大地)와 허공(虛空)이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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