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예절 - 술자리의 예절
전통사회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술의 용도는 참으로 다양하여 우리네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술은 일반적으로 기쁜 일이 있을 때 기분을 돋구기 위해 마시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조상이나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도 꼭 필요한 것이며, 결혼, 회갑 등 각종 의례나 연회 때도 빠지지 않는 필수품이다.
우리 나라 사람은 생활의 예의를 중히 여기던 민족이다. 비록 취하고자 하여 마시는 술이라 하더라도 심신을 흐트러지게 하지 않고, 어른께 공경의 예를 갖추고 남에게 실례를 끼치지 않는 것이 음주의 예절이다. 음주 때의 이러한 예절이 주례(酒禮)인데, 우리는 이를 주도(酒道)로 지켜왔다. 전통 주도에서 특히 강조되는 점은 웃어른에 대한 공경의 마음이다. 술자리에서 젊은이와 어른은 나이를 따져 차례를 정하고, 연장자에게 먼저 술잔을 올려 대접한다. 우리들의 주도는 어른을 받들며 순풍미속을 일으키던 이 같은 향촌의 주례에서 민속례로 굳혀져왔다.
<술자리의 배석>
술자리에도 상석이 있다. 술자리에서 상석이라고 하면, 대개 방 아랫목이나 벽을 등지고 출입문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가 상석이 되는데, 웃어른을 상석에 권하여 않으시게 한다.
<첫잔은 사양하지 않는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하더라도 술자리에 참석한 이상 첫잔은 받는 것이 예의이다. 이것을 첫순배라고 하는데 첫잔부터 술잔받기를 거절하면 술자리의 분위기를 해치게 된다.
<술 마시는 예절>
술을 마시는 적당한 양에 대하여는 "일불(一不), 삼소(三少), 오의(五宜), 칠과(七過)"라 하여, 한잔 술로 끝나는 법이 없고 석잔 가지고는 부족하며 다섯 잔이라야 알맞되 다만 일곱 잔이면 과음이 되니 먹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적당한 술이란 미리 정해진 잔의 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주량을 미리 알고 적절하게 마심이 중요한 것이다.
전통의 주도에 따르면, 어른이 술을 권할 때 일어서서 나아가 절을 하고 술잔을 받되 어른이 이를 만류할 때야 제자리에 돌아가 술을 마실 수 있다. 어른이 잔을 들기 전에 먼저 마셔서는 아니 되고, 또한 어른이 주는 술은 사양하지 않는다. 어른이 술잔을 주면 두 손으로 공손히 받고, 어른 앞에서 함부로 술 마시는 것을 삼가 윗몸을 뒤로 돌려 술잔을 가리고 마시기도 한다.
<술잔 권하기>
술상에 임하면 어른께 술잔을 먼저 권한다. 어른께 술을 권하는 데는 정중한 몸가짐을 하여 두 손으로 따라 올린다. 오른손으로 술병을 잡고, 왼손은 오른팔 밑에 대고, 옷소매 또는 옷자락이 음식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여 따른다.
옛날에는 첫술잔을 받아 마시면 반드시 그 잔을 먼저 상석의 어른께 무릎을 꿇고 올리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위생적인 면에서나 간염 등을 고려하여 오히려 그것이 결례가 되고 있다. 그래서 반대로 "한잔 올릴까요?"라고 물어서 승낙을 얻고서야 술잔을 올리는 형편이다. 또 윗사람이 "잔은 각자가 놓고 마시자"라고 하면 잔을 돌리게 않게 된다. 술잔을 돌리는 경우에는 술잔을 깨끗이 비우고 나서 안주는 먹지 않고 바로 잔을 상대방에서 돌리되 반드시 오른손으로 드리도록 한다.
<현대생활과 주도>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서 음주문화, 음주예절도 많이 바뀌었다. 전통의 주도에 따르면 술을 권하고 술잔을 주고받는 것이 관례였으나 오늘날에는 술잔을 주고받는 경우가 현저히 줄어 들고 있으며 대신 잔은 그대로 두고 술만 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전통적인 주도에서는 받은 잔은 반드시 비우고 되돌려주는 것이 예의이고 자기 앞에 술잔은 둘 이상 두지 않는 것이 술좌석에서의 예절이지만, 오늘날에는 무리하게 이 예절을 따르도록 강요하지 않으며 자신의 주량에 맞게 조절하며 마시는 것을 더욱 중요시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생활이 일반화 되면서 이러한 음주문화의 변화는 더욱 빨리 정착되고 있으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다. 모든 성원에게 술을 강제로 권하고 똑같은 양의 술을 마시게 하는 관습은 군사문화로부터 온 것으로 이는 우리의 전통주도와는 상관없는 것이고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할 악습이다.결국 전통 음주문화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즐겁게 술을 마시되 심신을 해할 정도로 마시지 않고 술자석에서도 술 마시는 상대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는 자세라 하겠다.
주도란?
술을 마실 때의 예의를 가르쳐 '주도' 혹은 주례(酒禮)라고 한다.
어른을 모시고 술을 마시는 예법에 대해 [소학(小學)]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보인다.
술이들어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주기(酒器)가 놓인 곳으로 가서 절하고 술을 받아야 한다.
감히 제자리에 앉은 채로 어른에게서 술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른이 이를 만류하면 비로소 제자리에 돌아와서 마신다.
어른이 술잔을 들어서아직도 다 마시지 않았으면 젊은이는 감히 마시지 못한다. 어른이 마시고 난 뒤에 마시는 것이 아 랫 사람의 예의이다.
우리 나라의 사람들은 어른을 모시고 술을 마실 때는 특히 행동을 삼가는데, 먼저 어른에게 술잔을 올리고 어른이 술잔을 주시면 반드시 두 손으로 받는다.
또,어른이 마신 뒤에야 비로소 잔을 비우며, 어른 앞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이므로 돌아앉거나,상체를 뒤로 돌려 마시기도 한 다.
술잔을 어른께 드리고 술을 따를 때 도포의 도련이 음식물에 닿을까 보아 왼손으로 옷을 쥐고 오른손으로 따르는 풍속이 생겼다. 이런 예법은 현대 소매가 넓지않은 양복을 입고 살면서도 왼손으로 오른팔 아래 대고 술을 따르는 풍습으로 남아 있다.
술은 임금에서부터 천만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할 것없이 즐겨 마셨기 때문에 주례(酒禮)는 술과 함께 매우 일찍부터 있었다.[고려도경(高麗圖經)]의향음(鄕飮)조에 따르면,
고려에서는 이 주례 (酒禮)를 매우 중하게 여겼다고 전한다.
<잔치 때 신분이 높은 사람은 식탁에 음식을 차려 놓고 의자에 앉아서 술을 마신다.
그러나 신분이 낮으면 좌상(左相)에 음식을 놓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아서마신다.
잔치에 객이 많으면 좌상을 늘린다. 기혈(器血)은 구리(놋쇠)로 만든 것을 쓰고 어포(魚脯), 육포(肉脯), 생선, 나물 등을 잡연(雜然)하게 늘어놓고 있다.
그리고 주행(酒行)에 절도가 없어서 많이 권하는 것을 예(禮)로 안다.
또, <사소절>에는 "술이 아무리 독하더라도 눈살을 찌푸리고 못 마땅한 기색을 해서는안된다" 라고 하였다. 또한 술은 "빨리 마셔서도 안 되고, 혀로 입술을 빨라서도 안 된다"고 하였다.
박지원의 <양반전>에는 술 마실 때 수염까지 빨지 말라하였다. "술을 마셔 얼굴이 붉게 해서도 안 되며, 손으로 찌꺼기를 긁어먹지 말고 혀로술 사발을 핥아서도 안 된다.
남에게 술을 굳이 권하지 말며 어른이 나에게 굳이 권할 때는 아무리 사양해도 안되거든 입술만 적시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남에게 술을 따를 때는 술잔에가득 부어야 하며, '술은 술잔에 차야 맛'이라고 하는 말이 지금도 쓰인다.
그래서 '술은 차야 맛'이라 할 때는 술을 차게 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는 뜻도 되고 술은 술잔에 가득 차야 된다는 이중의 의미를 가진다.'술은 차야 맛이고 임은품안에 들어야 맛'이라는 속담도 이런 데서 생긴 것이다.
● 술자리 예절
첫째, 기뻐서 마실 때는 절제가 있어야 한다.
둘째, 피로해서 마실 때는 조용하여야 한다.
셋째, 점잖은 자리에서 마실 때에는 소세한 풍조가 있어야 하며
넷째, 난잡한 자리에 마실 때에는 금약이 있어야 한다.
다섯째, 새로 만난 사람과 마실 때에는 한아(閒雅), 이 경우 한(閑)은 한가 하다는 뜻이 아니라, 정숙함을 뜻한다. 진솔하여야 한다.
여섯째, 마지막으로 잡객들과 마실 때에는 재빨리 꽁무늬를 빼야한다.
이 여섯가지의 심득률(心得律)은 바로 자리의 분위기, 또는 몸의 컨디션을 가리는 중요한 명심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