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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정보

지형도·등산지도·개념도의 차이

[최선웅의 지도 이야기 11] 등산에 쓰이는 지도

지형도·등산지도·개념도의 차이

▲ 개념도
쉬운 일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뜻으로 ‘아는 길도 물어서 가라’는 속담이 있다. 요즘 이름난 산이나 등산객이 많이 찾는 산 입구에는 웬만하면 등산로를 알려주는 대형 안내판이 게시되어 있고, 등산로 곳곳에도 안내표지가 세워져 있어 지도 없이 도 누구나 산행할 수 있다. 그러나 계획적인 산행, 안전한 등산을 위해서는 잘 아는 산이라 할지라도 지도를 휴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등산에 쓰이는 지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간하는 지형도이고, 두 번째는 민간 지도제작회사에서 만든 등산지도, 세 번째는 등산가이드북이나 잡지 등에서 볼 수 있는 등산개념도이다. 이밖에 GPS에 탑재해서 쓸 수 있는 디지털 지형도가 최근에 출시되고 있다.

등산이나 야외활동에서 많이 쓰이는 지형도는 글자 그대로 토지의 형태를 평면상에 나타낸 지도로서, 지형의 고저나 기복을 나타내는 등고선을 위시해 수부(강, 하천, 저수지 등), 도로, 철도, 건물이나 각종 목표물 등을 상세하게 표현한 지도다.

지형도는 전국을 망라해 제작되어 있고, 국토 전체의 형상을 나타내고 있어 국가 기본도라고도 하며, 국토개발이나 토지이용을 위한 계획, 조사는 물론 교육용 교재나 등산, 야외활동 등에도 널리 쓰인다하여 다목적지도, 또는 주제도(主題圖)에 반해 일반도라고도 한다.

지형도는 등산만을 목적으로 제작된 지도가 아니기 때문에 산명이나 표고 이외에는 등산에 필요한 정보가 별로 없지만, 산악 지형을 나타내는 등고선이 있어 등산에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등산에서 지형도를 이용하려면 등산가이드북이나 잡지, 인터넷 등에서 부족한 정보를 보충할 필요가 있고, 어느 정도 독도(讀圖)능력을 갖춰야 사용할 수 있다.

등산에 쓰이는 지형도에는 축척 1:25,000와 1:50,000이 있다. 1:25,000 지형도는 실제 측량해서 제작한 실측지도로, 지형의 표현이 비교적 상세하여 규모가 작은 산이나 지형이 복잡한 산을 오를 때나, 하루 걷는 거리가 5~6km 정도의 당일등산에 적합하다.

1:50,000 지형도는 1:25,000 지형도를 축소하여 제작한 편집지도로, 1:25,000 지형도보다 축척이 작은 만큼 내용이 상세하지 않지만, 4매의 범위를 담고 있어 비교적 넓은 범위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규모가 큰 산을 오를 때나 1박 이상의 산행 또는 종주등산에 적합하다.

▲ 국토지리정보원 간행 1:50,000 지형도의 일부
최근에 배포된 지형도는 색상을 개선해 등고선이 갈색에서 녹색으로 바뀌었고, 도로나 건물 시가지 등도 색상이 변경되었다. 그리고 토지의 형태를 입체감이 나게 표현한 음영지형도가 제작되어 등산에 더욱 편리하게 쓰일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음영지형도는 1매당 가격이 3,600원이다.

등산 안내만을 목적으로 제작된 등산지도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를 기본으로 민간 지도제작회사에서 제작한다. 지도출판사에서 펴낸 등산지도도 있지만 등산전문 월간지에서 부록으로 펴내는 등산지도가 최신에 조사한 자료를 가지고 편집 제작하기 때문에 수록된 정보가 신선하다.

등산용 지도는 산역 별로 제작되어 때로는 2~4장씩 이어서 봐야 하는 지형도 보다는 사용하기 편리할 뿐 아니라, 지형도에 없는 샘터, 대피소, 위험구간 등 지형지물의 명칭과 코스, 구간의 소요시간 등 등산에 필요한 정보가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어 초보자라도 지도 이용에 어려움이 없다.

지형의 표현도 고도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등고선 위에 고도별로 단채색(段彩色)을 넣거나 지형을 입체감 나게 보이도록 힐 쉐이딩(hill shading)을 넣기도 한다. 힐 쉐이딩은 북서 방향 고도각 45도에서 해가 비치는 것으로 간주하여 등고선에 따라 지형의 그림자를 그리는 기법인데, 최근에는 컴퓨터 3D 프로그램으로 음영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정확한 축척에 의해 제작되고 경위선 좌표나 자침편차각이 표시된 등산지도는 지형도와 마찬가지로 지도 정치(正置)는 물론 현재위치 확인 등 실제 산행에서 사용할 수 있다.

흔히 개념도(槪念圖)라 불리는 등산안내도는 가이드북이나 잡지 등에서 등산코스를 안내할 때 주로 이용되는 지도다. 지형의 표현을 등고선 대신 산줄기로 나타낸 지도이기 때문에 복잡한 등고선 지도보다 개념도가 훨씬 이해하기 쉽다는 사람들도 있다.

▲ 거창문화원 간 <거창의 명산>에 실린 우두산 개념도의 일부다. 두 지도를 비교해 보면 개념도가 지형도 보다 지형지물의 명칭이 훨씬 많고, 고견사와 견암폭포의 위치가 다름을 알 수 있다.
개념도라 해서 축척이나 방향 등이 정확하지 않은 약도(略圖)는 아니다. 개념도도 지형도를 바탕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산줄기 이외의 지형지물은 지형도와 표현이 같다. 그밖에 등산로, 샘터, 위험 장소 등 등산에 필요한 자료도 등고선으로 제작된 지도와 다름없기 때문에 축척이 정확하고 산줄기가 정밀하게 그려진 개념도라면 등산시 사용해도 무방하다.

가이드북이나 잡지 등에서 개념도를 선호하는 것은 등고선 지도보다 제작하기 쉽고 제작비용도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성가신 측량성과심사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이유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민간에서 지도를 제작하려면 제약이 너무 많다. 첫 번째 제약은 국토지리정보원에 지도제작업 등록이 돼있어야 지도를 제작할 수 있다. 지도제작업 등록을 하려면 지도제작 중급기능사 한 명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지도업계에는 지도제작 중급기능사가 그리 많지 않다.

지도제작 기능사가 되려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1년에 한 번 공고하는 자격시험에 응시해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치르는 시험이라는 것이 7~8년 전부터 쓰지도 않는 스크라이브(scribe) 제도기법으로 시험을 치르고 있어 사실상 지도기능사 시험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설령 지도제작 기능사 자격을 취득했다 할지라도 지도제작 등록업체에 2년간 종사해야 중급기능사가 될 수 있다.

그 다음 제약은 지도를 제작한 다음 대한측량협회에 측량성과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때 심사 신청은 지도제작 등록업자만 가능하다. 원래 이 업무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하던 것인데, 1998년 당시 국립지리원 내규에 따라 대한측량협회로 권한이 위탁된 업무이다.

측량성과심사를 받으려면 사용료로 지형도 1매당 정부수입인지 1만 원짜리 1매를 첨부해야 하고, 심사수수료는 사용면적에 따라 달라지나 지형도를 100% 사용하는 경우 1:25,000 지형도가 1매당 36,446원, 1:50,000 지형도는 46,860원을 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제작된 지형도를 이용하여 국민이 지도를 제작함에 있어 이같이 이중 삼중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등산지도를 위시하여 민간 지도제작의 발전을 위해서 측량성과심사제도는 하루 빨리 국민 편의 위주로 개정되어야 마땅하다.

등산이나 일상생활에서도 지도가 많이 이용되고 있는 지금 ‘아는 길도 물어 가라’는 속담은 ‘아는 길도 지도를 보고 가라’로 바꾸면 어떨까.

<글 최선웅 한국산악회 부회장·매핑코리아 대표>

■☞최선웅의 지도 이야기 : http://www.map4u.co.kr/menu/menu[30].html?pg=30&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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