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bivouac)
본래는 단순한 노영(露營)이었으나 불의의 사태로 예정하지도 않았던 노숙을 산야에서 하는 것을 forced bivouac(불시노영) 이라고 하며 약칭으로 비박이라고 한다. 따라서 등산에서 말하는 비박은 계획하지 않은 불의의 장소에서 하기 때문에 몹시 고통스러운 밤을 지새우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좁은 릿지 등에서 노숙할 수 있는 간이 텐트나 용구가 보급됨에 따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암장 등에서의 계획적인 비박이 보통 행하여지고 있으며 옛날같은 긴급성과 비장감이 없어진 것이 사실이다.
-출처: 등산용어수첩(평화출판사, 1990)
산에서 잠자기
비비색 (1인 비박용 텐트)
야외에서, 특히 산에서 1박 2일 이상의 기간 동안 여행을 하려면, 무엇보다 산행 계획을 정확히 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느 날은 어디만큼 이동하고, 어디에서 무엇을 먹고, 특히 어디에서 쉬고 등등.
만약 국립공원 내의 산장(대피소)에서 숙박할 수 있다면 무척 좋은데, 산장 이용료에 몇천원 정도의 비용만 더 부담하면 담요까지 빌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5일 전에 인터넷 으로 예약을 해야 하며, 그나마도 성수기에 유명한 산은 수용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실상 쉽지 않다. (취사장 바닥까지 초만원이 된다.) 그리고 산행의 목적이 분명해서 산장의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계획을 짜야 한다거나, 갑작스런 기후 변화나 사고로 인해 계획된 산장까지 가지 못했을 경우도 분명히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필요한 생존 기술이 바로 막영법이다.
보통 막영이라고 하면 텐트를 치고 잠을 자는 방법이 기본이지만, 국립공원은 지정된 야영장 이외에는 전지역 취사와 야영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벌금이 무려 50만원) 텐트를 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비박만은 어느 지역에서나 허용되고 있어서 자유롭게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에게 나름대로 도움이 되고 있다.
사실 비박(bivouac)은 비상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노숙이다. 쉽게 말해 '벌판의 한뎃잠'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폴대를 사용하는 정식 천막을 치지 않고 잠을 자는 모든 행위를 비박이라고 부른다.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높이 1,000미터가 넘는 거벽인 엘 캐피탄(El Capitan)은 올라가는 데만도 1-2박을 해야 하는 엄청난 곳이다. 그래서 이런 곳에서는 많은 클라이머들이 바위 벽에 다양한 방식으로 몸을 매달고 잠을 잔다. (이런 곳에서는 비박이 유일한 수단이다.) 히말라야와 같은 만년설의 고산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거창해 보이는 것 말고도, 사실 지하철 복도에서 신문지와 골판지 박스를 이용해 체온을 유지하며 잠을 자는 노숙자들도 분명히 비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박을 하는 방법에는 정말로 여러 가지가 있는데, 방법에 따라 준비물도 천차만별이다. 더운 여름에는 낙엽을 깔고 덮고서 잠을 자도 상관이 없다. 배낭 속에 몸을 반쯤 넣고 자는 방법도 있다. 그 어떤 방법이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몸의 활동성이 떨어지는 휴식중에도 체온을 유지하고 다음 날의 일정에 대비한 체력을 보존하는 것이 되겠다. 그래서 눈이 쌓인 겨울이나, 비가 내리는 나쁜 날씨 등에서는 아무래도 좀 더 전문적인 장비가 필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숙박을 하기 위해서는 슬리핑 백(침낭)이 필요하다. 산에서 따뜻한 침낭 속에 들어가 청하는 잠이야말로 산행의 최고 즐거움 중의 하나라고들 하는데, 실제로 정말 그렇다. 이런 침낭은 용도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름에 환경이 좋은 산장 등에서 사용하는 용도라면 2만-3만원대의 파일 침낭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산은 봄이나 가을이라고 해도 새벽 기온은 영하로도 쉽게 떨어지므로 완전 여름이 아니라면 좀더 전문적인 침낭이 필요할 수가 있다. 보통은 거위털(구스다운)침낭이 많이 사용되며 방/투습 외피 재질에 1,300그램 이상의 거위털이 충전된 침낭이라면 국내의 어느 산의 겨울이라도 - 눈 한복판이라도 - 나름 따뜻하게 잠을 잘 수 있다고 한다.
침낭만큼 중요한 것이 매트리스인데,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차단해 주고, 쿠션을 제공하여 잠자리를 편안하게 해 준다. 만원 남짓하는 발포수지 매트리스를 사용하면 일반적으로 충분하다. 매트리스는 부피가 커서 휴대가 힘들지만,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면 산행은 그리 즐겁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자다가 갑자기 비가 오는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면, 타프(Tarp)라고 불리는 널찍한 방수 천을 텐트의 플라이처럼 주변 나무에 매달아 놓고 잠들면 되며, 대용품으로 판쵸우의를 사용해도 된다.
좋은 날씨에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지만, 혹한기나 나쁜 날씨에는 추위와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장비가 더 필요해진다.
방수가 되는 침낭 커버로 침낭을 감싸 비를 맞아도 괜찮게 하는 방법도 있는데,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고어텍스로 된 침낭 커버를 사용하면 방풍효과도 있고 방수/투습 효과를 동시에 제공하므로 조금 옷을 껴입으면 강추위나 빗속에서도 뽀송뽀송하게 잠을 잘 수가 있다. 믿어지지 않지만 실제로 그렇다. 인체에서 배출되는 땀의 양은 상당해서, 투습이 되지 않는 침낭 커버로는 아침에 일어나면 마치 목욕한 듯 온 몸이 땀으로 푹 젖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가장 좋은 장비는 1인용의 알파인 텐트나 비비색이라고 불리는 개인 비박장비이다.
특히 비비색은 텐트에 비해 가벼운 무게와 수납시의 적은 부피, 그리고 폴대가 없거나 개수가 적어 설치가 간편하므로 외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되었다고 한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매우 단순한 형태에 벌레와 비를 막을 수 있도록 머리 부분은 망사가 쳐진 천막 형태로 되어 있다.
무게는 약 1킬로그램 정도이며, 방/투습 원단을 사용해서 매트리스를 바닥에 깔고 안쪽에다 침낭만 펼치면 텐트처럼 되는 편리한 장비이다.
그래서 소나기가 쏟어진다 해도 비가 들이지치 않고 따뜻하고 뽀송뽀송하게 잠을 잘 수 있다.
산행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이 세상은 더 이상 데일리 루틴으로만 가득 찬 곳이 아니다. 가슴 벅찬 모험들은 늘 바로 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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